나의 이야기

[스크랩] 폭염 속 책 읽기 - 나의 인생 우리 인생

알개실촌놈 2018. 7. 20. 11:36




처음 늙어보는 사람들에게

 

초보 노인을 위한 지적이고도 유쾌한 가이드’-마이클 킨슬리 지음, 이명기 옮김- 책표지의 광고인데 광고를 보고 화명도서관에서 빌려보려 하였지만 비치되어 있지 않아서 예스24에서 10,800원을 주고 주문해 배송 받은 뒤 쇼파에 기대서 첫 장을 넘기는데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 들어 이 글을 남긴다. (7.5 11:00)

 

이 책은 저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작한다.“나의 이야기는 이제 생의 마지막 젭터(chapter-)에 접어들기 시작한 베이비 붐 세대-1946년에서 1964년 사이 태어난 세대-에 관한 책이다. 라고 전제한 뒤 베이비 붐 세대에 대해국가의 이익에 앞서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고 또한 대중문화, 특히 팝뮤직을 창조해 전 세계로 전파시켰고 그 영향력은 지금도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기술혁명을 통해 시들어가던 자본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세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들은 자기세대 나름의 희생을 감수하기도 했다. 학자금 대출을 통해 대학을 다녔고, 그 결과 큰 빚을 떠안은 채 사회에 첫발을 대디뎌야 했다. 또 은퇴하게 된 부모 세대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내도록 하기 위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것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 그러면서 아래로는 자식들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그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애쓰고 있기도 하다.’고 진단하고, 이제 우리 동년배들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는,

 

요양원에서 멍하니 TV만보면서 하루를 죽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운 나쁘게 치매나 노망에 걸려 자기 스스로는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지조차 모른 채, 남들의 동정어린 시선을 받으면서 어린아이와 같은 정신상태로 유치한 행동이나 보이면서 남은 생을 보내는 것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가 파키슨병*을 앓으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치매와 비슷한 상태에 빠져서,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나만 그 사실을 모른 채 멀쩡하다고 믿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었다.

 

오래 살되 멀쩡한 정신과 인지력(認知力)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복 받은 노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우리들 가운데서 손으로 꼽을 만큼의 행운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인 듯하다. 게다가 거기엔 우연적인 요소가 많아서 건강을 위한 노력이나 의학적인 예방책을 아무리 강구하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래 사는 것과 정신이 멀쩡한 것은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장수라는 플러스 이득을 얻으면 인지력의 감퇴라는 다른 마이너스의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평균적인 원리라고 하였다.

 

*파킨슨병: 1817년 영국의 파킨슨이 소개했다. 진전마비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발병 평균 연령은 57세로 처음에는 손이 떨리는 증상으로 시작되며,1020년에 걸쳐 증상이 악화되면서 마비와 치매로 이어져 사망하게 된다. 뇌의 흑질에 있는 뉴런에 장애가 생겨 정상적 신경신호체계가 붕괴하는 것으로 증상은 뉴런의 6080%가 파괴될 때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약물치료와 외과적 치료가 있다.

 

어린이나 젊은이들의 죽음은 매우 고통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대단히, 대단히 나이든 노인의 죽음은 축복으로 받아들여진다. 신문에서 부음기사가 흘러넘칠 때 60세에서 90세 사이에 죽은 이들에 대한 기사에는 눈길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간혹 멈출 때도 있지만, 이 나이에는 언제 죽든정상적인수명을 누린 것으로 간주된다. 90세는 60세보다 50% 이상 더 산 것으로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인생과 행운이 부여하는 모든 선물들 -돈과 멋진 외모, 사랑, 권력- 중에서도 장수는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기는 별로 꺼리지 않는 것 중의 하나다. 사실 장수하는 사람들은 90세까지 사는 것이 좋은 유전자 덕분이거나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지 않은 행운의 결과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기도한 결과라도 되는 듯이, 즉 장수가 마치 무슨 선행이나 미덕의 결과인 것처럼 별 생각 없이 말하기도 한다.

 

당신이 인생의 출발선상에서 부모로부터 -유전적으로나 문화적, 경제적으로- 물려받은 것과 순수한 행운 사이에서, 당신이 얼마나 오래 살지를 결정하는 데 당신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적다. 다이어트나 운동, 충분한 수면, 비타민 복용 등 당신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올바른 행동들을 통해 수명을 몇 년 더 늘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당신을 도덕적으로 믿을만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가? 자신의 기대수명을 늘리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렇게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제발 사람들 앞에서 뻐기거나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100명의 미국인이 함께 인생의 출발점에 섰을 때 평균적으로 그들 중 한 명은 16세가 될 무렵 세상을 떠나고 40세가 되면 그들은 인생의 절반을 산 셈이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40세 때의 기대수명은 39.9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63세가 되면 그룹에서 매년 평균 한 명씩이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 75세가 되면 100명 가운데 67명만이 남고, 100세가 되면 단 3명만이 남는다는 했다. 매일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는데도 영문도 모른 채 알츠하이머에 결리고 그래서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게 보게 된다면서 단지 오래살기를 바라는가, 제정신을 갖고서 오래 사는 것을 바라는가? 결국 부머 세대가 펼치는 마지막 게임은 제대로 된 인지능력을 누가 얼마나 잘 유지하는 가로 귀결되고 있다고 했다.

 

저자는 또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서 가장 멋진 장난감을 손에 넣고, 누구보다 오래 살고, 누구보다 건강한 뇌를 가졌다고 할지라도 당신고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확실한 절대적인 의학적 사실이다. 그리고 당신은 살아 있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죽어 있게 될 것이고, 당신에게 남는 것은 오직 당신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 말하자면 당신에 대한 평판일 것이다. 그렇다면 부머 세대가 마지막으로 전력투구해야 할 과제는 자신에 대한 평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물으면서 자신의 평판을 다스리는데 집중하는 것이 결국에는 가장 현명한 것이 아닐까? 하고 재차 묻고 있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도 결국은 죽음을 맞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느냐 이며, 어떻게 죽느냐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가, 어떻게 늙어 가느냐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마라톤에서 마지막 구간의 질주가 성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인 것처럼. 노년과 죽음은 서로 등을 밀착해서 맞대고 있는 것이다.”(185)

 

*에필로그 :“노년이 불만스러운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는 활동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 둘째는 체력이 쇠약해 진다는 점. 셋째는 육제적인 쾌락을 누릴 수 없다는 점. 넷째는 죽음이 곧 다가온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노년에 맞서는 가장 훌륭한 무기는 학문을 익히고 미덕을 널리 실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미덕은 마지막 순간에도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인생을 값지게 살아왔다는 자의식과 수많은 미덕을 행했다는 기억은 어마어마한 기쁨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에필로그는 고대로마시대 정치인 키레로의 말이다.(2018.7.20.)

 

*마이클 킨슬리

1951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72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로즈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모들린 대학에서 수학하였고 하버드 로스쿨로 돌아와 조지워싱턴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전문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시사 매거진 더 뉴리퍼블릭에 입사한 뒤 워싱턴 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미국의 명망 있는 정치 칼럼니스트가 되었으며 또한 하퍼스,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편집인으로 일하며 명성을 쌓아갔다.

    잘나가던 1993, 42세의 나이에 파킨슨병을 선고받았다. 늙음은 그렇게 남들보다 빨리 그에게 찾아왔고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병과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화해하면서 멋지게 살기 위해 분투하였다. 1989년부터 진행해오던 CNN의 간판 정치 토크쇼 크로스 파이어Crossfire를 병 이후에도 3년 더 맡았으며, 1996년에는 온라인 저널, 슬레이트Slate를 창립하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는 파킨슨병을 앓은 지 8년이 지난 후 자신의 상황을 주변에 알리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노년의 삶과 인생의 의미에 관한 강연에 나섰다. 2002년에는 세계 빈곤 퇴치 및 보건의료, 교육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대표인 패티 스톤사이퍼 Patty Stonesifer와 결혼하였고 현재는 대중 잡지 배너티 페어Vanity Fair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출처 : 우표 없는 편지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메모 :